성공/기업경영

매출 집착말고 親환경 기업이미지 심어라

daumstar 2008. 5. 14. 00:03
매출 집착말고 親환경 기업이미지 심어라
"토너ㆍ인쇄용지 줄여라"
제록스의 컨설팅받은 기업 10년이상 고객으로 남아

◆Biz Trend / 지속가능한 환경경영◆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은 요즘 기업의 최고 화두다. 환경 파괴가 후손에게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사업을 하자는 것. 이를 위해서는 제품 생산량을 줄여야 하며 소비 축소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기업 편에서 고객의 소비는 곧 수익과 직결된다. 소비 수준을 낮추라는 얘기는 곧 기업에 사업을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MIT의 슬로언 매니지먼트 리뷰는 '서비스를 통한 지속 가능 경영(Sustainability through servicizing, 샌드라 로텐버그, 2007년 겨울호)'에서 사업의 중심을 제품 생산ㆍ공급 위주에서 서비스 위주로 바꾸면 '지속 가능한 개발'이 실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게이지, PPG, 제록스 등 사례를 소개했다.

세계적인 기업을 보면 HP는 '내일을 바라보는 사업'을 위해 판매제품 수를 줄이되 서비스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B2B(기업 간 거래)시장에서 코로 듀폰 IBM 등은 환경친화 전략의 일환으로 제품 공급뿐만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는 서비스 제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 게이지와 PPG의 페인트 사용 절감

= 게이지는 자동차 도장에 사용되는 페인트 혼합 용매를 제조하는 업체다. 제품 특성상 고객사가 페인트를 칠하는 공정에 깊이 관여할 필요가 있었다. 게이지 직원은 제품과 장비의 호환성, 페인트 혼합비율 등을 알려주기 위해 주기적으로 자동차 조립공장을 방문했다. 단순한 페인트 재료 공급업체가 아니라 페인트 혼합 전문업체였던 셈이다.

게이지의 이러한 경영은 파이프에 묻은 페인트를 제거하는 매우 환경친화적인 제품 '코브라(Cobra)'를 내놓으면서 전환점을 맞게 된다. 게이지 고객사였던 크라이슬러는 엄격해진 환경 규제로 곤란을 겪고 있었는데, 코브라를 소개 받으면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게이지로서는 이 서비스로 수익을 늘릴 수 있었다.

피츠버그에 위치한 페인트 제조업체 PPG도 90년대 후반 고객인 크라이슬러가 환경 규제 때문에 페인트 사용량을 줄이겠다고 했을 때 이를 적극 수용했다. 다코타에 위치한 공장에 PPG 직원 9명이 함께 근무하면서 재료 주문, 재고 추적, 재고 관리까지 도맡고 페인트 혼합공정에도 직접 참여했다.

이로 인해 큰 혜택을 본 크라이슬러는 PPG에 페인트 사용량 감축과 관련한 노하우를 PPG 경쟁사인 듀폰과 코팅&컬러에도 전수할 것을 요구했다. PPG는 이 제의를 수락했다. 고객과 관계를 악화시키기 싫은 데다 페인트 절감 관련 노하우를 널리 확산시키는 게 자신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의 일부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 제록스의 서비스부문 강화

= 제록스는 2001년 컨설팅부서인 제록스 글로벌서비스를 만들어 고객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 핵심 제품인 복사기가 더 이상 차별된 가치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을 간파하자 정보 제공서비스로 사업을 이동한 것.

이 부서는 ODA라는 비용분석도구를 제공해 고객 사무실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것을 도왔다. 분석 결과로 제공되는 ODA 리포트는 보통 토너 인쇄용지 등 제록스가 판매하는 제품 사용량을 10분의 1 이상으로 줄이라는 내용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제록스 전체 매출 가운데 글로벌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22%에 달한다. 제록스 측은 현재 글로벌서비스로 얻을 수 있는 시장 크기를 200억달러가량으로 예측했다.

미국 종합병원인 유나이티드헬스서비스(UHSH)가 10년 이상 꾸준히 제록스 고객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제록스 글로벌서비스 때문이다. UHSH는 제록스의 ODA 리포트에 따라 프린터 용품 사용을 줄여 매년 6만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다.

◆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이득

= 사업모델을 서비스로 확장시키면 기존 고객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러면 고객은 공급업체를 바꾸지 않는다.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거래 제품 품목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UHSH에서 제록스가 공급하는 프린터 수는 더욱 늘었다.

제록스 관계자는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제품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친화적인 서비스는 환경보호에 경각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게이지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지속 가능한 솔루션, 비용 절감, 환경친화적인 효율'이라는 슬로건이 뜬다. 게이지는 이런 방침 덕분에 환경 분야에서 여러 상을 받았고, 수상 경력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직원에게 '고객들로 하여금 우리 제품을 적게 사용하도록 돕자'고 방향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지금껏 '많이 파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판매부서 직원을 보자. 판매 수량에 따라 수수료를 받던 게이지 판매부서 직원들은 판매량 축소를 전제로 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에 크게 반대했다.

고객사 임원들도 공급업체와 형성할 새로운 관계가 어떤 모습을 나타낼지 알 수 없어 불안해 했다. 구매하는 제품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곧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제록스의 일부 고객사에서는 글로벌서비스 때문에 개인 프린터가 없어져 불편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이를 위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한 셈이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 이사 / 정리 = 김상민 기자]

출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