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경력관리

[Cover Story] 이직으로 성공하기

daumstar 2006. 5. 24. 19:04

[Cover Story] 이직으로 성공하기
이직으로 성공하기..취업후 2년 이내 이직 70%

50여차례 이력서를 넣은 끝에 드디어 합격했다고 좋아하던 K씨(26세)는 회사에 들어온 지 6개월도 안 된 요즘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 중이다.

취업 전에는 “무슨 일이든 할 수만 있게 되면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취업에 성공하고 보니 적성, 급여, 회사 비전 등 더 중요한 게 줄줄이 보이더라”는 얘기다.

90년대 말 한 중견기업 계약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B씨(30)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공부해 ACPA(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후 모 대기업 자금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주변인의 부러움을 받던 B씨는 그러나 최근엔 ‘직장은 뭐니뭐니해도 안정성이 최고’라며 이번엔 대학 교직원으로 변신했다.

사실 이 같은 이직 스토리는 이제 별다른 화젯거리도 되지 않는다.

■취업 후 2년 이내 이직 70%■ 바야흐로 이직시대다.

게다가 1년 중에서도 연봉 협상 시기인 봄은 휴가철 직후와 함께 이직이 가장 활발한 때다.

특히 기업에서 가장 많이 찾는 대상인 3~5년차 대리급, 5~10년차 과장급은 이 때쯤이면 이직 고민으로 한동안 몸살을 앓는 경우가 상당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 조사에 따르면 첫 직장에 2년 이상 머물고 있는 청년층은 10명 가운데 3명 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이동이 심화되는 현상은 통계에서도 바로 드러난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는 청년 취업자(15~29세)의 약 70%가 평균 17개월 만에 첫 직장을 그만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낙바생’(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업한 졸업생)들이 바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취업반수생’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일단 취업한 후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어쩌다 지금과 같은 ‘이직 대중화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우선 ‘고용의 유연성 증가’라는 트렌드가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계 화두로 자리잡은 ‘고용의 유연성 증가’는 ‘연공서열, 평생직장’이라는 기존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기제로 작용했다.

두 번째는 사상 유례없다는 극심한 취업난을 들 수 있다.

워낙 취업이 어렵다 보니 10명 중 7~8명은 회사 조건이나 적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취업 먼저 하고 보는 ‘묻지마 입사’를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리크루트가 구직자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가 ‘조건과 적성을 따지지 않고 입사지원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이 어려우니 일단 취직부터 하려고’라는 이유가 1위였다.

또 묻지마 지원을 통해 합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54%는 입사 후 6개월 이내에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

재미있는 것은 이 비중이 2년 이내 이직률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비중이라는 것. 결국 ‘묻지마 입사’를 한 대다수가 이직을 한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셋째,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트렌드도 한 몫 한다.

특히 IT나 정보통신업 등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분야 업체는 경력직 채용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잡코리아는 2005년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채용공고 5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경력직 채용공고가 34%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직종별로는 IT·정보통신직의 경력직 채용이 52%로 가장 높았다.

■‘파랑새족’ ‘메뚜기족’도 등장■ 이처럼 이직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 문화는 물론 전반적인 노동 트렌드까지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취업난과 어울리지 않는 중소기업의 심각한 인력난이 부채질됐다.

‘일단 중소기업에 들어가 이를 발판으로 더 좋은 곳으로 옮기자’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결과다.

중소제조업체 평균 인력 부족률은 5%에 육박한다.

언제든지 회사를 옮길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조직 문화도 바뀌고 있다.

현재 속한 조직에서의 공동체 관계 비중이 낮아지고 대신 자기개발 등을 화두로 한 개인을 우선하는 문화가 일상시 됐다.

모 대기업에 다니는 8년차 직원 Y씨는 “퇴근 후 술자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업무가 끝난 후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 동료, 선후배가 많아져서다.

이직할 생각이 없어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내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사정을 전했다.

이직시대 도래와 함께 새롭게 뜨는 업종과 업무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가장 수혜를 보고 있는 업종은 단연 채용업체와 헤드헌팅 업체들. 지난해 10월 몬스터닷컴에 인수된 국내 취업포털 1위 업체 잡코리아 몸값은 무려 1000억원에 달했다.

다음이 라이코스를 인수할 때 1000억원, 이베이가 옥션을 인수할 때 1500억원을 들인 것을 감안하면 잡코리아 몸값이, 더 나아가 채용업체들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수혜를 보고 있는 직종 역시 관련 직종이라 할 수 있다.

이름도 생소한 ‘커리어코치’가 대표적인 업. 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가 발표한 ‘10대 유망 직업’에서 ‘커리어코치’는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

커리어코치란 말 그대로 커리어를 관리해주는 코치. 일명 경력관리사다.

의뢰인이 제출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면밀하게 검토한 뒤 면접과 상담을 통해 의뢰인의 개인 환경, 장단점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의뢰인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도록 도와주는 게 핵심 업무다.

현재 커리어코치연합회에 가입해 있는 회원만 100여명. 이 중 30여명이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트렌드의 변화는 새로운 유행어를 낳는다.

대표적인 게 ‘메뚜기족’ ‘파랑새족’ 등 새로운 족의 출현이다.

행복을 주는 파랑새를 찾아 먼 길을 떠난 치르치르와 미치르처럼 좀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의 이직을 마냥 꿈꾸는 직장인을 일컫는 얘기다.

‘파랑새 증후군’은 이런 생각이 병적으로 발전해 어떤 직장에도 만족하지 못하게 된 상태를 가리킨다.

또 밥 먹듯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은 메뚜기처럼 뛰어다닌다 해서 ‘메뚜기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직시대’. ‘성급한 이직’으로 인해 실패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여지지만, 이직에 대한 직장인들의 기대와 미련은 여전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매경이코노미가 ‘이직시대’를 맞아 ‘이직으로 성공하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취재팀 : 김소연 팀장·김병수·이용현·김경민·이윤규·김충일 기자]

2006.05.24 10:5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