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경력관리

[Cover Story] 이직 실패 사례

daumstar 2006. 5. 24. 19:07

[Cover Story] 이직 실패 사례
부산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P모씨(48). 장사는 비교적 잘 되는 편이지만, 친구들을 만날 때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모습에 자신의 모습이 대비되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P씨는 국내 굴지의 그룹 소속 종합상사에서 일본통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룹 계열사에서 일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로 참여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많아졌다.

“적절한 때 임원을 시켜주겠다” 혹은 “연봉을 대폭 인상시켜주겠다”는 내용들. 마침 종합상사업 자체가 사양길로 접어들자 P씨는 과감하게 회사를 떴다.

이후 일본 관련 신규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기업이나 일본계 기업 3~4곳을 전전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심리적 부담이 커지자 P씨는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원했고, 결국 원래 있던 기업으로 돌아갔다.

‘일본통’으로 명성을 날리던 것도 옛일. 몇몇 입사 동기를 제외하면 네트워크 형성도 전혀 안 된 상태에서 구조조정 바람이 불자 명퇴 1순위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향으로 내려와 자영업을 시작했다.


P씨는 “주변서 흔히 얘기하는 잘 나간다, 실력 있다는 말에 지나치게 휘둘린 것 같다”며 “경력개발에 대한 고려 없이 이곳저곳 옮겨만 다닌 게 패착이었다”고 토로했다.

■스카우트 제의만 믿다 ‘낙동강 오리알’■ 현재 구직활동 중인 Y씨(37)는 준비 없는 전직 과정을 거치면서 실패한 전형적 사례. 모 은행에서 근무하던 Y씨는 경력개발을 위해 1억원이 훌쩍 넘는 자비를 들여 미국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따왔다.

학위를 받은 후 원래 다니던 직장에서 다른 기회를 찾던 Y씨에게 마침 그 곳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외국계 컨설팅 회사 간부에게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좋은 기회라고 여긴 그는 그 제의만 믿고 퇴사부터 했다.

하지만 기다리던 연락이 없어, 접촉을 시도한 Y씨는 스카우트를 제의한 간부와는 통화조차 할 수 없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는 인력 충원을 기획했던 그 간부가 국내 대기업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계획 자체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다급해진 Y씨는 이곳저곳 직장을 알아보다 모 인터넷기업에 재취업했지만, 곧 그만둘 예정이다.

외국계 은행이나 컨설팅 회사를 찾던 눈높이에 애당초 적합하지 않은 데다, 회사 업무도 맞지 않아 다시 구직활동에 나선 상태. Y씨는 “전 직장을 급하게 그만두느라 말리던 간부나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게 후회된다”면서 “솔직히 유학이나 전직 같은 딴 마음 안 먹고, 아파트 사고 주식투자한 옛 동료들이 부럽다”고 털어놓았다.

K씨(31)는 회사 분위기만 찾다 경력 관리가 전혀 안 된 경우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K씨가 잡은 첫 직장은 대기업 계열 전자 부품회사. 관리업무를 하던 K씨는 ‘재미없다’는 핑계로 1년 만에 첫 직장을 그만뒀다.

이어서 찾은 곳은 외국계 생활용품 기업. 이곳에서 할인점 등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 일정한 업무가 반복돼 지루하다는 생각에 벤처기업 행을 고집했다.

수소문 끝에 신생 IT 기업 팀장 명함을 달았지만, 이번에는 지나친 업무 강도와 윗사람과의 마찰 등이 문제가 됐다.

막연히 벤처기업에 대한 환상만 가지고 있던 K씨는 또 다시 옮길 곳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학을 졸업한 후 1년에 한 번씩 직장을 옮긴 경력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제의가 오는 직장들은 연봉 2000만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나 신생 벤처들이 대부분. 요즘 K씨는 나이 제한이 없어진 공기업이나 노량진 공무원 시험 대비반을 기웃거리고 있다.


2006.05.24 10:5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