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건강관리

내 속의 악마 '불안 장애' 생활을 좀 먹는 병

daumstar 2007. 3. 16. 13:41
내 속의 악마 '불안 장애' 생활을 좀 먹는 병
[한국일보 2007-03-15 18:48]    
이유 업는 불안, 명상·요가로 스트레스 줄여줘야

재수생 김모(20세)씨는 지난해 수능시험날 황당한 경험을 했다. 1교시 문제를 다 풀고 시험 종료 10분 전 답안지를 작성하려고 하는데 손이 움직이질 않았다. 3~4분 후 마비가 풀리긴 했지만 허둥지둥 답을 적고 나니 마지막 한 문제의 답을 적을 곳이 없었다. ‘아차 밀려 썼구나.’ 지금은 치료를 받고 완쾌됐지만 그 때만 생각하면 지난 1년이 잃어버린 금쪽마냥 아깝기 그지 없다.

이 증상은 불안장애의 한 가지인 전환장애다. 흔치 않지만 중요한 순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굳어버리거나 감각이 없어져 운동선수는 경기를, 수험생은 시험을 망치기 일쑤다.

이런 기질을 갖고 있어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증상이 나오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나 환자를 괴롭힌다.

물론 혼자 걷는 밤길에 대한 두려움이나 집에 혼자 남겨놓고 온 어린이에 대한 부모의 불안은 ‘장애’라는 말을 붙기엔 지극히 정상적이다. 불안은 어떤 것에 집중하게 해 위험에 한 발 먼저 대처하게 하기 때문에 위험을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생활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정도의 불안함은 필요하지만 넘치면 병이 된다. 방어 수단인 불안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방해하는 ‘악마’가 되는 탓이다.

불안장애 환자들은 한결같이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는 공통점이 있다. 불안장애로 사람이 죽지는 않지만 불안이 몸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고 때로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몰고 갈 수 있다.

불안장애는 공포, 범불안 장애, 강박, 외상 후 스트레스, 신체형 장애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병원에서는 인지행동치료가 환자들의 불안을 줄여주는데 이용되며,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이완요법, 명상 등을 병행해 치료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인지와 행동치료를 합친 말. 엘리베이터 같이 꽉 막힌 공간에서 기절할 정도의 답답함을 느끼는 폐쇄공포증이라면 비슷하게 연출된 공간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행동치료가 적합하다.

손에 병균이 묻어 병에 걸려 죽을 지 모른다는 상상 때문에 하루에도 몇 시간씩 손을 닦는 강박증이라면 손에 묻은 병균으로 죽을 병에 걸릴 확률은 매우 낮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인지치료가 효험을 보인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불안 증상을 느끼고, 6%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심한 불안을 느낀다”면서 “요가나 명상 등을 통해서도 불안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대표적인 불안장애

공포 장애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서 불합리한 공포를 느껴 지속적으로 그 대상과 상황을 회피하려 한다. 대인ㆍ고소ㆍ폐쇄공포증이 대표적이다. 자신이 공포를 느끼는 상황이나 대상이 예상되기만 해도 쉽게 심한 불안을 느끼는 예기불안도 그 한 가지다.

범불안 장애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불안을 느낀다. 한마디로 ‘끊임없이 불안한 상태’다.

강박 장애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을 계속 반복하는 증상을 보인다. 정상적으로도 어느 정도 강박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있을 수 있지만 생활에 방해가 되거나 심신이 괴로운 정도면 강박장애로 진단한다. 대체로 정확성 완벽성 원칙주의 등 강박적인 특징이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전쟁, 비행기 사고, 강간, 삼풍백화점 사고 등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겪을 수 없는 극히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다음 그런 끔찍한 사고에 대한 생각이 되풀이해 떠오르거나 꿈에 나타나는 등 재경험을 한다. 외부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불안 초조함이 끝없이 이어진다.

신체형 장애

신체질환을 의심하게 하는 신체증상을 보이지만 아무리 진찰을 받아도 신체 이상은 없다. 심리적 갈등이 신체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신신체질환이라고도 부른다.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신체화장애, 갑자기 눈이 안보이거나 움직일 수 없는 전환장애, 속이 더부룩한 것을 위암이 있다고 믿으며 여기 저기 병원을 찾아다니는 건강염려증이 포함된다.

▦ 불안장애의 원인

불안장애의 유전력에 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뇌의 기능, 신경전달을 담당하는 화학물질 등 복잡한 상호관계에 의해 생긴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이다.

뱃속에 들어있을 때 어머니의 부정적 경험이나 출생 초기 어머니와의 이별 같은 경험도 여러 가지 호르몬의 분비에 변화를 일으켜 불안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대로 태아나 신생아 때 긍정적인 경험들을 많이 하면 스트레스나 공포 걋?자극들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연구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 불안은 어떻게 달래나

정신과 신체를 편안하게 만드는 이완요법이나 명상이 혈압 맥박 호흡 체온 같은 생리기능뿐 아니라 면역기능이나 호르몬 분비 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불안장애 같이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증상은 이완요법과 명상으로 효험을 볼 수 있다. 충분히 익히고 나면 혼자라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증세가 심하다면 자가요법만으로는 치료하기 어렵다는 것을 잊지 말자.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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